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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생각 붙들기

소비도 경험이다

콘텐츠를 존중하지 않는 세대/시대라고 한다. 마루마루의 스캔본, 웹하드의 멜론100 같이 콘텐츠 자체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부터 저작권 문제, 콘텐츠 제작자 근로여건에 가혹한 여론, 디자인/아트 단가,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의 열정 페이 등 양상도 다양해서, 정말 그런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요즘이라 특히 더 그런가요? 사실 우리나라에선 콘텐츠 소비에 항상 인색했던 것 같은데 말야. 게임잡지 번들, 와레즈, 온라인 게임 프리섭, 만화책/판타지 소설의 대여점, 소리바다... 모두 내가 성장하며 논란이 되었던 콘텐츠 소비환경이었고. 

미성년자는 소득을 만들 수 없으니 소비 여력도 없다. 그래서 용돈을 받는 것인데. 이 용돈을 어떻게 쓰도록 훈육하는지.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쓰이게끔 권장되는 것 같진 않다. 가능하면 잘 아껴서,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게 하는편. 올바른 지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주로 목적을 두잖아. 틀린 이야긴 아닌데, 이 점만을 특히 강조하는 게 한국사회 특수성 아닐까. 용돈의 용이 쓸 용이다. 쓰는 돈. 지출 계획과 실행으로 모은 돈도, 어딘가에 쓰게끔 해줘야지. 큰돈을 만들고 그저 보기에 좋았다는 건 피천득 수필 '은전 한 닢'에서의 거지 모습 아닐까.

소비도 결국 경험이라, 안 써본 곳에 돈쓰기 참 어렵다.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용돈은 모으는 돈이 아니고, 내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향유하기 위한 자원으로 가르쳐 줬으면. 소비사회에서 지불 없는 경험의 확장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다음에, 콘텐츠를 존중하라고 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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