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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산책한다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에 다녀왔다. 집에서 출발해보니 한 시간쯤 거리였다. 사월 초. 튤립과 수선화가 심어져 한창 피어있을 때. 그럼에도 주제관, 야외정원은 아직 볼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성장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조금 더 늦은 때, 모란과 작약이 한창인 때라면 좀 더 괜찮았을까.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을 거다. 온실 입장을 위해 한참의 대기시간이 필요했다. 코로나 탓에 입장 제한을 하는 문제도 있었겠지만 오후에 도착하면 인파는 좀 감수해야 한다더라. 몇 년 전의 나였다면 건물로서 온실에 더 흥미가 있었을 텐데, 이날은 식물들 이름 하나하나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 

 그랬던 이유는 집에서 관엽식물 몇을 돌보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선물로 받은 스투키가 시작으로, 반려식물 펀딩 하면서 들어온 홍콩야자, 가장 최근 본가에서 분양받은 크로톤까지. 크로톤 이름은 서울식물원 방문하면서 알 수 있었다.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지. 

 어쩌다 이 화분들에 정을 들였을까. 처음 이사계획을 세우던 당시에는 절대 이럴 리 없었다. 동물만큼은 아니라 비교적 손이 덜 가는 편이라도, 그런 게 집안에 있다면 불편하겠지 싶었다. 수시 때때로 눈길을 주면서 가꿀 무언가 생긴다는 게. 하지만 살아보니 알게 되는 것이지.

동물이나 식물이 없이도 혼자 살며 집을 유지한다는 건 눈길과 손길이 끊기면 안되는 일이라는 걸. 되려 이 집이나 살고 있는 내 한 몸이나 가꾸고 돌봐봐야 계속 낡아갈 뿐인데, 씩씩하게 자라면서 좀 더 나아지는 무언가는 이 친구들이라는 걸. 그 사실이 혼자를 견디며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 일인지. 한번씩 찾아온 친구들의 떠드는 소리, 유쾌하게 터지는 웃음, 기분좋게 틀어놓는 음악들보다 쓸쓸해지지 않게 해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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