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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생각 붙들기

하룬 파로키: 평행 시리즈




MMCA에 들렀다. 뒤샹 전 때문인지 미술관에 사람들이 많고, 1층 전시는 관람을 포기하겠다. 느긋하게 연휴를 마무리하고자 들렀지, 저 인파에 섞이고 싶지는 않은걸. 지하로 내려가 파룬 하로키 전시로 향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심오한 제목이다. 미디어 아트. 독일서 활동했다는 작가 이름을 종관이 형 페이스북에서 본 기억이 난다.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잔뜩 인다. 크게 두 개의 테마로 나누어지는데, 평행 시리즈로 하나의 관이 마련되었다. 

연휴를 맞으며 집에 플레이스테이션4를 들였다. 본디 콘솔 게이머는 아닌데, 큰 폭 할인으로 인한 대란 분위기에 휩쓸린 것 같다. 전자마트 개장시간 맞춰 줄 서 있을 만큼 간절한 게 아니었는데. 그런 고로 타이틀을 뭘 사야 할지 몰라, 주변서 좋다는 것 중심으로 몇 골랐다. 유려하고 매끄러운 그래픽으로 세계를 구성한 오픈월드 게임들이 주류였다. 특히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의 표현은 환상적이었다. 게임만을 위한 전용기기라면 이 정도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지 않냐는 듯 놀라운 세계를 선보였다.

하룬 파로키의 평행 시리즈는 흥미롭게도, 게임 매체에서의 이미지를 탐구하는 내용이었다. 어렵지 않나 싶은 첫인상은 금세 지워진다. 평행Ⅰ은  컴퓨터 이미지가 어떻게 발전해왔나를 살피며 실제와 비교해 나간다. 평행 Ⅱ,Ⅲ는 그 이미지로 만들어진 세상의 경계 이야기다. 경계의 저편으로 넘어가는 순간 드러나는 납작함에 관한. 평행세계에 대한 하룬 파로키의 태도를 이번 전시만으론 다 알기 어려우나,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고 짐작한다. 내 입장은 중립적이거나, 실용주의에 가깝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2019년의 대한민국 서울은 이미 가상세계의 레이어 만을 따로 떼서 상상하기 어렵다. 꽤 많은 부분에서 겹쳐 있는걸. 그래서 생각한다 저 경계를 만드는 이미지가 납작하든 납작하지 않든, 그 안쪽 존재의 행위가 가장 본질적인 게 아닐까. 평행Ⅳ에서 게임 캐릭터의 행동과 자유의지를 살피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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