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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묵쳐묵/방에서

파스타#1




생물꽁치를 사 왔다. 쉼표말랑에서 그때그때 밥상으로 나온 꽁치덮밥이 기억에 남아서. '소금에 재운 뒤 기름에 오래 조린 꽁치'였던가. 조리법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거 콩피 아냐? 실험정신이 도진다. 문제는 콩피를 해본 적이 없고, 기름을 듬뿍 쓸 각오도 없다는 것이지. 우선 손질부터 해보자. 대가리랑 지느러미랑 비늘이랑 내장은 다 제거된걸 사 오긴 했는데, 그래서 사실은 굽기만 하면 되는 건데, 이걸 어찌 손을 봐줘야 하나. 반으로 가르고 등뼈 제거만 어찌어찌 해결, 소금으로 덮었다. 해산물 손질은 보통 일이 아니다. 막 미끄덩거리고 잘못 만지면 뭐가 막 튀어나오고 말야. 손질꽁치라면서요. 필레까지 싹 떠놔야 하는 것 아닙니까. 

트레이에 손질한 꽁치, 주르륵 늘어놓고 올리브유 붓는다. 반쯤은 잠겼어야 했는데, 모서리 홈에 고여 들어가는걸 감안 못했고. 나도 모르겠다, 손질하면서 이미 무리라고 생각했어 중얼중얼. 오븐에 던져 넣고 120도에 45분.

결과물은 평범한 꽁치구이에 가까운 무엇. 대체 나의 푸닥거리 무엇. 

소금에 한번 푹 재웠기 때문에 분명 짤 것이며 중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스타를 삶아야겠다. 콩피를 만든다는 목표는 이미 빗나갔고 오일파스타라도 해서 만회 노려야지. 오일팬에 고인 기름은 프라이팬으로 옮기고 마늘과 양파를 볶았다. 가니쉬로 꽁치 필레와 깻잎, 치즈가루. 이 정도면 충분하려니 생각했다. 싱거운 줄은 몰랐는데. 

생선손질은 함부로 덤빌 게 아니에요. 꽁치 통조림은 굉장한 물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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