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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후 변하는 것들 스스로를 온전히 돌본다는 건 몰랐던 혹은 몰라도 그만이던 일상의 과제들을 대면하는 일이었다. 특히 집안살림은 도대체가 미뤄둘 방법이 없다. 주말 중 하루쯤은 집안 일을 해치우는데 써야만 한다. 빨래를 돌리고 건조기로 옮겨서 말리고, 꺼내서 개키고 한는것만 반나절이다. 기계가 돌아가는 시간이면 다른 일들 조금 볼 수도 있겠으나, 동작이 완료되면 다음 단계로 진행시켜야 하니 결국 집 또는 동네에 머물러야 한다. 그래서 장을 보러 갔다 오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청소를 한다. 밥을 먹어야 하니 요리시간도 필요하다. 이어지는 설거지는 단순하게 그릇만 씻어내는 일이 아니었다. 싱크대 주변으로 튄 물기를 닦아내고 건조된 식기들을 정리하는 일들이 따라온다. 수채구멍을 관리하고 스펀지와 세제 보충하는 일도 잊을만하면 돌.. 더보기
반도 감상(스포있음) 일을 조금 이르게 마친 뒤 타임스퀘어에서 반도를 관람했다. 얼마 만에 영화관인지. 그동안에도 몇 번 마음은 있었는데 블록버스터급 개봉이 너무 없었다. 보러 가기 전 감상평들 몇 개 접하긴 했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는 장르이고. 주로 언급된 단점들이 딱히 단점이라곤 보기 어렵겠더라. 오락적인 재미를 잘 충족시켜 주는 영화였고, 신파적 장치들이야 부산행 때부터 있던 거라 그러려니 하는 수준이며, 생각해볼 만한 설정들이 곳곳에 있어 관람이 끝난 후에도 씹뜯맛즐 할 수 있는 편. 감독 스스로 언급한 것으로 아는데, 이건 좀비물이 아니라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국가로 부를 수도 없게 된 지역-반도에서 좀비란 형체화된 공포라기보다 환경적 위협 정도로 받아들여진 것. 최소한 그.. 더보기
한국남자, 원죄 비종교인으로서, 원죄의식이라는 개념을 절대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한국남자로서, 젠더의식에 관한 한 원죄의식에 가까운 마음가짐이어야겠구나를 부쩍 생각하는 요즘이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인셀, Involuntary Celibate.. 비슷한 뉘앙스를 찾자면 모(태)쏠(로)이나..좀 더 과격한 표현으로 번(식)탈(락)맨들 발언을 접하면 접할수록, 여러가지 고민하게 된다. 비웃듯 이야기를 시작한 나조차 소싯적엔 그런 의식들에 강하게든 약하게든 동조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원죄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사람은 고쳐쓸 수 없는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빻은 사람이겠으나, 거의 이십대 전반, 부끄러운 줄 모르고 인셀적 발언을 내뱉던 나를 계속..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