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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생각 붙들기

반도 감상(스포있음)

 


 

일을 조금 이르게 마친 뒤 타임스퀘어에서 반도를 관람했다. 얼마 만에 영화관인지. 그동안에도 몇 번 마음은 있었는데 블록버스터급 개봉이 너무 없었다. 보러 가기 전 감상평들 몇 개 접하긴 했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는 장르이고. 주로 언급된 단점들이 딱히 단점이라곤 보기 어렵겠더라. 오락적인 재미를 잘 충족시켜 주는 영화였고, 신파적 장치들이야 부산행 때부터 있던 거라 그러려니 하는 수준이며, 생각해볼 만한 설정들이 곳곳에 있어 관람이 끝난 후에도 씹뜯맛즐 할 수 있는 편.

감독 스스로 언급한 것으로 아는데, 이건 좀비물이 아니라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국가로 부를 수도 없게 된 지역-반도에서 좀비란 형체화된 공포라기보다 환경적 위협 정도로 받아들여진 것. 최소한 그 지역 안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럴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환경이었던 아이들에게는 특히. 그런 점에서 유진의 천진난만함과 준이의 마지막 대사는 납득할 수 있다. 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인 건 다른 세상을 겪어본 적 있는 어른들이지. 마지막 구조 씬이 너무 감정적이었다고 평하는 것 또한 지나치게 어른의 관점 아닐지. 준이와 유진에게 필요했던 건 다른 세계보단 가족인데, 그것을 빼앗으면 안 된다. 이게 가족극은 아니잖느냐 되묻는다 한들 내 판단은 동일하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를 인정하고 직시해야 한다. 비록 우리가 살던 때보다 가혹한 시절일지 몰라도, 파멸적 감상으로 포기하는 마음이 되어선 안된다. 오히려 덤덤한 건 그들일지도 모르는데.

뭐야 어쩌다 감상이 진지해졌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관한 울적한 전망 때문인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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