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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생각 붙들기

독립 후 변하는 것들

 


 

스스로를 온전히 돌본다는 건 몰랐던 혹은 몰라도 그만이던 일상의 과제들을 대면하는 일이었다. 특히 집안살림은 도대체가 미뤄둘 방법이 없다. 주말 중 하루쯤은 집안 일을 해치우는데 써야만 한다. 빨래를 돌리고 건조기로 옮겨서 말리고, 꺼내서 개키고 한는것만 반나절이다. 기계가 돌아가는 시간이면 다른 일들 조금 볼 수도 있겠으나, 동작이 완료되면 다음 단계로 진행시켜야 하니 결국 집 또는 동네에 머물러야 한다. 그래서 장을 보러 갔다 오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청소를 한다. 밥을 먹어야 하니 요리시간도 필요하다. 이어지는 설거지는 단순하게 그릇만 씻어내는 일이 아니었다. 싱크대 주변으로 튄 물기를 닦아내고 건조된 식기들을 정리하는 일들이 따라온다. 수채구멍을 관리하고 스펀지와 세제 보충하는 일도 잊을만하면 돌아온다. 어떤 일들은 주중에도 틈틈이 할 수 있겠으나 야밤에 덜거덕덜거덕 살림하는 소리가 거슬릴 이웃집으로 생각이 미친다. 주말에 몰아하는 게 아무렴 낫다. 그나마 로봇청소기가 최소한의 바닥청결을 책임져주니 참 든든하다. 건조기와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가 요즘 살림의 삼신기로 자리 잡은 건 너무도 당연하다.

이렇게 주말의 하루는 집근처 어딘가에 머무르다 보니 동네에 관심이 생긴다. 대형마트는 어디가 물건을 잘 갖춰두었지? 단골이 될만한 동네상점들은 어디가 있지? 가볍게 산책할 코스는 어떻게 짜볼까? 코로나로 생활반경을 줄여나가야 하는 상황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그래도 이런 고민들은 소소한 재미가 된다. 

한편 친구들을 집으로 자주 초대하게 된다. 어짜피 하루쯤 집에 붙들려 있는 데다, 음식 준비란 게 삼사 인분은 되어야 직접 하는 효용이 나다 보니. 부엌에 접한 제일 작은 방을 식당으로 삼은 건 좋은 결정이었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좁혀진 생활반경을 보완하고 생필품 보급에 들이는 품을 줄이자면 역시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 면허는 있지만 운전이 너무 겁나서 그 욕심이 막 커지지는 않지만. 일단 일 년쯤 생활비 견적이 나오는 게 먼저다. 유지비를 어느 수준으로 감당할지 계산할 수 있으려면. 그래도 또 언더본 오도바이를 먼저 마련해두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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