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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생각 붙들기

성남을 떠난다. 이건 정해진 일이다.

집을, 성남을 떠날 때가 되었다. 앞으로 살아갈 집의 계약도 마쳤다. 금천구 시흥동이 내 동네가 될 것이다. 아슬아슬하게나마 서울시민이다. 20여 년 가까이 성남을 맴돌았다. 얄궂게도 대학생활 이후 생활권은 영등포 주변으로만 되어, 새 살 곳을 정함에 큰 영향을 주었다.

85년도 허가난 연립주택의 3층. 내 나이와 엇비슷하다. 세개 동이 모여있는데, 관리사무소도 하나 있고 외관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언덕 위에 있는데, 앞에 가로막는 건물 하나 없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북쪽으로 난 창밖 전망이 괜찮다. 직전 주인이 지난 여름 수선을 한번 했다는데, 그래도 인테리어는 다시 할 계획이다. 방이 세개 있는데 혼자 살면서 쓰임이 각각 마땅찮으니까, 하나 정돈 적당한 용도로 손봐야 할 것 같다. 

금천구는 엄마가 처음 서울 상경해서 살게된 곳이라고 했다. 미리 알고 있던 건 아니었다. 미리 정해두었던 독립의 후보지들을 함께 둘러보던 중 이야기가 나왔다.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하셨다는데, 지금은 코리아나로 합쳐진 어딘가라던. 엄마는 지금도 코리아나 화장품을 많이 쓴다. 사촌형이 그 회사서 일하거든. 지금도 코리아나는 방판채널이 주력인데, 이전 직장 일을 하면서 우연히 알았다. 

떠나야 할 시간이 가까워 오지만 점점 더 빨리 떠나고만 싶어진다. 이 집에서의 시간들이 맘편하지 않다. 보내온 시간들이 괴로웠다는 건 아니다. 우리 가족에게 이 집은 참 고마운 곳이다. 어설프게나마 그 감정을 담은 영상기록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아빠가 종편뉴스를 종일 틀어놓고 있는게 문제다. 집안에서까지 태극기 집회를 보고싶지 않을 뿐이다. 피차 정치 지향이 다르고 합의볼 수는 없다. 각자 갈길 가야지. 그러니까 빨리 무시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하는거다. 전입신고를 마치면 권리당원 신청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