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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생각 붙들기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금천구에 전입신고를 하고선, 권리당원 등록을 했고 구청 홈페이지도 종종 들어가 보고 그런다. 내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들은 문화체육시설 관련 사항들이 된다. 지원사업이야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교육프로그램들은 생활인으로써 참여 가능 시간대가 없으니 당연하다.

금천문화예술인 커뮤니티공간 제안공모 심사결과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당선작을 확인했는데... 80년대 관급공사에서나 통했을 감각의 이건 대체 뭔가. 한 페이지 내려 심사평을 살펴본다. '한옥은 디자인상 중요', '건축 공간이 가진 역사적 의미', '전통과 조화가 두드러진 설계와 디자인', '정조대왕 능행차의 역사적 인식을 건축물에 반영'... 이건 좀 이상하다. 문화예술인의 커뮤니티 공간인데 정조대왕 능행차가 왜 튀어나오는가? 게시물을 거슬러올라 제안서를 살펴보기로 했다. 금천문화예술인 커뮤니티공간 신축설계 제안 공고문 등 게시, 지침서에 제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사업 목적
    1) 지역 문화예술인의 활동 공간 확대 및 다양한 종류의 문화 소통의 장 마련
    2) 동네방네 행복문화 금천을 위해 업무 수행 중인 금천문화재단의 독립적인 사무공간을  보장하여 보다 적극적인 문화정책 수립
    3)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행사 시 시흥행궁 구간이며 인근 은행나무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 행사가 개최되므로, 지역적 특색을 살리고 지역 문화예술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지역 문화예술인 커뮤니티 공간 조성
 
 3. 문화예술인 커뮤니티공간의 설계 방향
    1) 정조대왕 능행차 행사구간 및 문화예술인단체 공간임을 고려하여 창의성․예술성을 갖춘 전통미를 담은 디자인 제시
      ☞ 지역 문화예술인 활동 공간 확대 및 다양한 문화 소통의 장 조성
    2) 협소한 사업부지 극복을 위해 저층부 및 외부공간을 각종 지역커뮤니티 행사와 연계한 공간배치 아이디어 제시
    3) 도로에 접한 면을 제외한 3면이 모두 저층주거지와 접해 있어 이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반영되도록 공공성에 기반을 둔 디자인 요구 

 

사업목적 상으로 세번째 해당하는 내용을 근거로 설계 방향의 첫 번째 요구라니. 아무튼 그렇다는군 하고 일이 이렇게 된 배경은 이해하였으되 전통미를 담은 디자인이란 게 뭘까를 고민한다. 전통건축의 조형적 요소를 전면적으로 재현하거나 부분적으로 차용해 덧붙이는 접근이라면 수명을 다 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전통에 관한 해석의 구림을 떠나서 설계 방향조차 일 번과 삼 번이 상당하게 충돌하는 것 같다.

문득 이런 혼돈과 구림을 감수해야 할 만큼 정조대왕 능행차 행사구간이란 게 중요한 건가 생각이 들었다. 홈페이지를 좀 더 찾아보기로 했다. 시흥행궁 복원 및 활용을 위한 학술조사 보고서가 2017년 12월자로 등록되어 있었다. 보고서를 대략 훑어본 바 시흥행궁에 대한 정확한 배치와 형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시흥5동 주민센터 일대를 유력지로 보는 듯하다. 사업지는 주민센터로부터 두 블록 가량 떨어진 위치인데, 이로부터 뻗어 나온 의미부여가 있었을 것 같다. 

어떤 맥락을 찾아보자면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는 것이겠지. 행정이 어려운 건 이해한다. 그런 각각의 맥락들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절충을 해야 할테니. 다만 이 문제에서의 우선순위가 좀 어색하다고 느껴지는데, 그래서 문화예술인 커뮤니티 공간은 어디로 갔느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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