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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생각 붙들기

연달아 두 개의 전시

 


 

 이틀간 두 개의 전시를 연달아 보게 된다. 원계홍 기념전시만 본디 계획에 있었으나, 에드워드 호퍼 전 가보자는 친구제안이 나온다. 비슷한 시기 가까운 곳에서 하는 전시들인 데다, 언뜻 봐서 작품인상이 비슷한 때문인지 두 전시를 함께 언급하는 후기들 종종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도 그럴 듯한 묶음이라는 뜻이겠지.

 사람이 없는, 어딘지 쓸쓸한 감각을 전달하는 색채와 구성의 도시풍경. 대략 이런 느낌으로 두 전시 모두 소개받았던 것 같은데, 사실 이 정서를 제외하면 시선이나 표현이나 모두 너무 다르다는 게 감상이다. 호퍼의 경우, 색면을 잘 쓰기도 했지만 빛의 대비를 효과적으로 다루었다고 봤다. 에칭판화 작품 중 첫번째로 놓인 기관차 삽화의 경우 단색 선처리뿐인데 금속표면의 광택감이 느껴질 정도. 색면과 더해져 극적 효과를 내던 대형 유화작품들에는 정말이지 감탄한다.

 반면 원계홍의 작품에서 빛의 대비는 거의 전적으로 무시다. 정물임에도 그림자 표현을 생략했으니 철저히 색면에 몰두한 것이다. 그런 중에 레몬은 귀엽다. 풍경으로 옮겨갔을 때도 어떤 창문에도 새어 나오는 빛을 표현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보안등조차 빛을 드리우지 않는다. 순수하게 색면에 대한 표현만 남긴 이유랄 것이, 당시 우리나라의 도시 풍경이, 디테일을 그리기에 썩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창문과 보안등 불빛을 없던 것은 단지 전기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대상 단지 그것인가. 과연 작가의 외곬인지. 

 도시풍경의 구도에서도 두 작가는 전혀 다르다. 호퍼는 수직구조를 잘 배열해 수평적 감각을 만들어 내는 편이다. 어떤면에서, 대규모 재개발을 앞둔 국내 아파트 키즈들 시선이 떠오른다. 이미 한번 수직적 풍경으로 변모한 것이나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는 전원공간만큼 수평적이라 여기는 묘한 노스탤지어. 이런 풍경에서 인물의 존재는 힘을 얻기 힘들다. 장소의 혼을 이야기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반면 원계홍의 풍경은 점이나 패턴으로의 소실되는 감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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